- 아래 전문은 제가 베이비뉴스 칼럼에 2019.12.26자로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
[출산과 분만 사이, 이게 가장 궁금했어!] 조산기 있는 산모의 출산 준비
최근 조산이나 유산의 원인이 되는 자궁경부무력증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자궁경부무력증이란, 자궁수축이 진행되면 반응해야 하는 자궁경부가 진통과 같은 특별한 증상도 없이 힘이 빠져 임신이 유지되지 않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자궁경부의 길이는 3~5cm인데, 보통 3cm 미만일 때 의학적으로 조산 위험이 있다고 본다. 자궁경부 길이가 짧은 산모는 조산방지제를 맞고 약을 먹으면서 주수를 채울 때까지 절대안정을 취하며 지내야 한다.
이런 조산 증상이 임신 중 한번 나타나기도 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에 계속 입원해있던 산모도 통상 36주가 되면 퇴원하고 진통을 기다린다. 혹은 자궁수축 없이 경부길이만 짧은 상태라면 집에서 안정을 취하며 지내기도 하는데, 이들 역시 막달이 되면 출산이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임신 기간 운동을 거의 못 했는데 자연분만을 잘 할 수 있을지, 조산기로 마음졸였는데 오히려 37주가 넘어도 진통이 오지 않으니 답답하다는 산모들도 있다.
◇ 조산기는 오히려 출산에 도움… 37주부터 가벼운 운동 시작하면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조산과 관련해서 산모들의 질문을 알아보도록 하자.
▲경부길이가 짧은데 만삭 가능할까요?=정기적인 산전 진찰과 초음파를 잘 받으면 자궁경부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의료적인 조치가 가능하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특히 자궁수축이 없고 절대안정을 취하면 37주까지 채울 수 있다.
▲유즙이 나오는데 조산의 징조일까요?=유즙이 나오는 것은 임신 중인 엄마의 몸이 수유를 준비하느라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유즙이 나오는 것만을 조산 증상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임신 기간 중 가슴 마사지나 유두 자극은 조심해야 한다. 자궁수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 뭉침이 많으면 조산기가 있는 건가요?=임신 중기 흔하게 겪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배 뭉침이다. 배 뭉침이 심할 때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지거나, 배 뭉침 간격이 늘어나면 괜찮다. 하지만 1시간에 6번 이상 배 뭉침이 계속되거나, 규칙적인 배 뭉침이 2시간 이상 이어진다면 반드시 내원해서 진찰을 받는 게 좋다.
▲첫째를 조산했다면 둘째도 조산할 가능성이 큰가요?=한 번 자궁경부무력증을 겪었던 산모가 다시 임신했을 때 재발할 가능성은 30% 정도다. 조심해야겠지만 그렇다고 100% 조산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니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36주에 퇴원했다면 언제부터 운동해도 될까요?=36주에 퇴원했다면 만삭이 되는 37주까지 조심해야겠지만 수축이나 별다른 증상이 없다면 30분 정도 가벼운 산책은 괜찮다. 37주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순산 운동을 시작하면 되는데, 걷기, 스쿼트, 계단 오르기, 짐볼로 골반 돌리기, 런지 등의 운동을 하면 된다.
▲조산기 때문에 계속 운동을 못 했는데 자연분만 할 수 있을까요?=조산 증상으로 인해 임신 기간 중 운동을 못 했다고 하더라도, 출산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조산 증상은 출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난산으로 이어질 확률도 거의 없다. 아무 때나 이유 없이 힘이 풀리던 자궁경부가 갑자기 잘 열리지 않는 쪽으로 바뀌지 않으니까 말이다.
누워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 조산 증세, ‘정서적 이완’ 연습하다 보면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조산 증세로 절대 안정 취할 때, 몸 운동 대신 ‘생각 운동’
조산 증상이 있는 산모들의 소원은 임신 주수를 꽉 채워서 정상적으로 아기를 낳는 것이다.
그러려면, 당연히 임신 중 절대 안정을 취하느라 거의 누워서 지냈겠지만, 그건 다 잊어버리고 37주부터 착실히 운동하면서 출산을 준비하면 된다.
우연히 경부길이가 짧아진 걸 알게 된 어느 산모는 25주부터 만삭이 될 때까지 계속 누워서만 지내다시피 했다. 산모는 자신의 체력이 안 좋다며, 출산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이 많았다. 그때 내가 산모에게 제안했던 것은 바로 ‘명상’이다.
꾸준히 순산 운동을 하고 근육량을 만들어 출산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는 상황에서 마음 졸여봐야 득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산모에게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비록 운동은 할 수 없지만, 정서적인 이완을 최대한 해보라”고 조언했다. 이후 산모는 출산에 대한 두려운 생각이 들 때마다 명상하면서 지냈고, 두려운 감정을 흘려보내며 정서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조산기 있는 산모가 출산 코칭을 신청한 적이 있었다. 병원에 내내 입원해있다가 35주 6일에 퇴원했는데 37주가 되자 내게 연락을 한 것이다. 산모는 37주부터 가진통이 있었다. 강한 수축이 3분 간격으로 반복됐다. 산모는 조산기 때문에 입원했을 때, 바로 누워서 태동 검사를 받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수축은 오는데 검사를 20분이나 하니까 허리가 너무 아팠다고. 그래서 이왕이면 집에서 조금 더 편하게 진통하다가 병원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38주 1일에 연락이 왔다. 전날 진료 봤을 때 경부가 1cm 열린 상태고, 아기도 내려왔다고 했는데 진통이 시작됐다고 했다. 내게 연락 온 시간은 오후 6시였지만 새벽에도 진통이 있어서 잠을 설치고 아침부터 5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다가 점심 무렵 잠잠해져서 오후 5시까지 잤는데 다시 진통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전에도 새벽에 간간이 진통이 있었다가 사라지길 반복했지만, 이번엔 진진통으로 이어질 것 같았다. 진통 간격은 3분으로 짧지만, 진통 지속시간이 30초라고 하길래 집에서 더 지내보라고 했다.
산모는 저녁을 먹고 샤워도 했는데 진통은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30초에서 1분으로 길어졌으며 좀 전보다 더 아프다고 했다. 조산기가 있었던 산모고, 그날 어느 정도 진통이 지속 됐기에 진행이 좀 빠른 듯했다. 병원에 서둘러 가라고 일렀고 산모가 병원 가서 내진을 받아보니 자궁경부가 5cm가 열려서 적절한 타이밍에 무통주사를 맞고 새벽 1시경 잘 출산했다.
출산 앞두고 갑자기 운동을 많이 하면 몸에 무리가 갑니다. 천천히 걷기부터 시작해보세요.
◇ 조산기 있었던 산모라고 출산준비가 더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조산기가 있는 산모는 진통 패턴이 다소 불규칙적이다. 가진통인데 세게 왔다가 지나가기도 하고, 진통이 잘 오다가 또 소강상태로 빠지기도 하는데 37주 이후면 언제든지 낳아도 되니 안심해도 된다.
진통이 왔을 때 2시간 이상 이어지는지 살펴보고, 진통의 간격보다 지속시간과 강도를 더 비중 있게 보며 병원에 갈 시기를 판단하면 된다. 예를 들어, 진통 간격이 3분 간격이라 하더라도 진통 지속시간이 30초라면 자궁경부가 금방 열리지 않는다. 그러니 진통의 강도가 세지거나 지속시간이 길어질 때까지 기다린 후에 병원에 가는 것이 낫다.
조산기 때문에 임신 36주까지 운동도 못 하고 활동도 거의 없었는데 갑자기 운동을 많이 하면 몸에 무리가 따른다. 그러니 본인의 체력에 맞게 운동량을 서서히 늘려가면 된다. 산책하듯 30분 걷기부터 시작해서 1시간으로 늘리고, 다시 2시간으로 늘리면 된다. 한 번에 1~2시간 걸을 필요는 없고 30분씩 나눠서 걸어도 된다. 또 얼마나 운동을 많이 하느냐보다, 얼마나 운동을 제대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스쿼트나 런지 등의 운동을 할 때는 근육이 만들어지는 부위에 집중하면서 운동하면 더 효과적이다.
조산기 있는 산모라고 해서 출산준비가 특별히 다르진 않다. 막달에 접어든 산모라면 출산방식과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출산에 대해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조산기로 인해 운동이 부족한 것 같았다면 37주 이후부터 물속에서 걷기나 스쿼트를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운동을 못 하는 동안은 심상화를 통해 원하는 출산을 반복적으로 상상해보자.
*칼럼니스트 이하연은 대한민국 출산문화와 인식을 바꾸고자 자연주의 출산뿐만 아니라 자연 분만을 원하는 산모들에게 출산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로지아’에 다양한 출산 관련 영상을 올리며 많은 산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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