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이 되서 병원검진을 갔는데 양수가 줄었다는 산모들이 많다. 하지만 양수양 역시 초음파로 재다보니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또 막달에 양수가 줄어드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때도 당연한 이치다. 자궁이 커지는데는 한계가 있고, 막달에는 태아가 커질만큼 커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양수양 기준치가 8인데 5이하로 떨어졌다면 출산예정일 전에 자연진통이 없다면 유도분만을 해야한다. 의료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선생님, 양수양이 4래요. 출산예정일 전날 유도분만 해야한데요. 저 어떻하죠?
나에게 교육을 받고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던 산모에게 다급한 문자가 왔다. 양수양이 줄었다는 의미는 아기의 대사가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고 즉, 엄마의 컨디션이 안좋음을 의미한다. 양수양이 줄었을때 산모에게 물을 많이 먹으라고 권하지만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는지는 입증되지 않았다. 그보다 산모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게 더 중요하다. 양수양이 줄었다고 말하는 산모에게 몇가지 질문을 해보면 공통적으로 잠을 새벽에 자는 경우가 많다.
산모의 몸이 아무리 열심히 출산준비를 하고 각종 호르몬이 나와서 도와준다해도 스트레스 호몬을 이길수는 없다. 따라서, 최대한 이완하며 막달에는 컨디션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위의 산모의 경우는 좀 이상했다. 지난 검진에서 양수양이 11이었는데 갑자기 1주일만에 4까지 줄어든 것이다. 산모는 며칠 후, 다른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고 그 병원 의사는 양수양은 7.2로 유도분만을 하지 않고 자연진통을 기다려도 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산모가 다니던 산부인과 주치의가 초음파를 잘못 한것일까? 아니면 그 사이 다시 양수양이 늘어난 것일까? 그것은 알수 없다. 주치의는 양수양이 다시 늘어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제로 꼭 그렇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보다 산모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다니던 병원에서 받은 진료가 마음에 걸린다면 반드시 다른 산부인과에서 다시 검진을 받아보고 재확인 할 필요가 있다.
이미 39주인데다 병원을 마지막에 옮기는 일이 마음에 걸렸지만 산모가 원하는 자연주의 출산 방식을 기존 병원에서는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또, 초음파 결과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서 더 이상 그 병원에서 출산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결국 다른 병원에서 출산하기로 결심했다. 의사에겐 의사의 일이 있고, 산모에겐 산모의 일이 있다. 의사는 진료를 하고 산모에게 모든 의료적인 가능성고 조치에 대해 알려줘야 하고 산모는 의사의 조언에 따를지 말지를 선택해야 한다.
산부인과 병원마다 의사마다 분만에 대한 생각이나 선호도가 다르다. 어떤 병원은 되도록 자연진통을 기다려 자연분만을 하도록 산모를 다독이고 또 어떤 의사는 제왕절개를 선호한다. 중요한것은 산모가 원하는 출산방식과 병원의 의사가 얼마나 비슷한 가이다. 사실 시스템상 일반 산부인과에서는 자연주의 출산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의료진이 돌봐야 하는 산모의 수가 많고 산모의 자연진통만으로 아기가 충분히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것 역시 불가하다.
산모가 자연주의 출산을 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고 일반 산부인과에서 완전한 자연주의 출산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을 탓할 일도 아니다. 그러니 병원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출산할 병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내가 원하는 출산방식을 진료받는 산부인과에서 수용해 줄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산모 혼자서 마음먹는다고 자연주의 출산을 할수 있는일이 아니다. 막달까지 산모와 아기의 컨디션이 좋아야 하고, 출산할 병원에 적절한 환경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