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출산과 자연분만 모두 여성의 질을 통해서 아기를 낳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럼, 어디서 차이가 날까요? 바로 산부인과 시스템과 의료적인 개입과 관행의 차이입니다. 자연주의 출산이 자연분만과 다른 점은 무통주사 없이, 회음부 절개 없이, 관장과 제모없이 낳는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너무 단편적이고 생략된 내용입니다.
자연주의 출산으로 아기를 낳는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위험하다’, ’왜 그렇게 힘들걸 선택했느냐’,’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으면 회음부가 더 많이 손상된다더라’, ‘오랫동안 진통한다는 데 견딜 수 있겠느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죠. 하지만 이러한 많은 오해와 편견은 출산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생길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자연주의 출산과 자연분만의 차이점 중 회음부 절개와 회음부 손상에 대해 포스팅 할께요. 끝까지 보시고, 판단은 여러분이 하시길요.
| 회음부 절개하지 않으면 회음부 손상이 더 많다?
미국국립의학 도서관(National library of medicine) 2022년 7월 14일에 게시된 논문 “산전 회음부 마사지가 산후 회음부 손상 및 산후 합병증에 미치는 영향: 메타분석”에 따르면 회음부 절개는 그 효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아직 파악하기 어렵고 관련 합병증으로 인해 제한되기 때문에 일상적인 회음부 절개는 더 이상 권장되지 않는다고 나와있습니다.
위에 이미지로 캡쳐한 부분은 논문 중 일부 발췌한 글이니 참조해주세요. 미국에서는 회음부 절개하는 비율이 전체 분만의 20%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국내에서 초산 자연분만시 거의 100% 가까이 회음부 절개를 시행하는데 그 이유는 뭘까요? 의료계에서는 한 때 외과적 절개를 하면 질이 늘어나고 심각한 찢어짐을 예방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회음절개술이 요실금이나 골반저 기능장애와 같은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구요. 하지만 최신 연구에 따르면 회음절개술은 합병증을 예방하지 못할수 있으며 오히려 의도한 것보다 더 확장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회음부절개술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죠. 아기 심박수가 떨어지고 있다거나 견갑난산이 우려되거나 질분만중 아기 머리를 포셉이나 진공으로 추출해야 하는 경우 질 입구가 더 확장되어야 하니 피할수 없어요. 하지만 이런 경우 외에도 회음부 절개를 한다는건 그냥 관행적으로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게 해왔으니까 회음부 절개 필요여부에 상관없이 계속 시행하는거죠. 제가 의료진도 아닌데 어떻게 판단하겠습니까? 하지만 산모들이 출산전 산부인과에 회음부 절개를 안하고 낳고 싶다고 했을때 대부분의 의료진은 회음부 절개를 해야 회음부 손상이 작다, 지그재그로 찢어지면 봉합하기 더 힘들다는 설명과 함께 초산모는 회음부 절개 없이 출산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럼, 초산모이면서 자연주의 출산 방식으로 낳을때 회음부 절개 없이 낳는 경우는 어떨까요?
회음부 절개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산모가 오랫동안 밀어내기를 해서 지쳤을때 도움을 준다’ 입니다. 여러분 한번 상상해보세요. 질입구에서 아기 머리가 나올때, 아기가 충분히 내려온 상태에서 힘주기를 한다면 밀어내기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반대로 아기가 아직 충분히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진통이 올때마다 힘주기를 한다면 힘주기 시간은 당연히 길어집니다. 엄마가 아기를 너무 오랫동안 밀어내서 더 이상 잘 밀어낼 힘이 없을때 회음부 절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자연주의 출산 방식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밀어내게 하지 않습니다. 무리한 힘주기를 하지 않고 아기가 스스로 잘 내려오도록 산모의 자세를 바꿔주거나 최대한 쉬도록 배려하고 기다려 줍니다. 따라서,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고도 회음부 손상을 줄일수 있는 겁니다.
회음부 절개는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기가 고통을 겪고 있거나 산소전달이 잘 되지 않을때 조금이라도 빨리 출산하게 도와주기 위해 절개를 합니다. 물론 이 경우는 의료진 판단하에 아기가 빨리 나오게 하는게 좋겠지요. 하지만 자연주의 출산의 경우는 이럴때 빨리 밀어내기를 하도록 산모를 푸쉬하는 대신, 심호흡을 해서 아기에게 산소가 잘 가도록 유도하고 기다려 줍니다. 오랜 시간 힘주기는 엄마 뿐만 아니라 아기도 힘들게 합니다. 엄마가 숨을 참고 밀어내기 할때 아기에게도 산소가 잘 안가니까요. 모든 산모들이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게 아닌데 자연분만 하는 산모들은 병원에 어떤걸 요구해야 할까요?
일단 자궁문이 10cm가 다 열리지 않았을때 힘주기를 시작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궁문이 다 열려도 힘주기를 몇번했을때 아기가 잘 내려오지 않는다면 엎드려 있거나 다른 자세를 취하는 식으로 아기가 자연스럽게 내려오도록 기다려 달라고 해야합니다. 이것은 회음부 절개를 관행적으로 하더라도 그 이상 회음부 손상을 예방할수 있는 방법이며, 힘주기를 오래 하지 않고 아기를 힘들게 하지 않는 방법이니까요.
자연분만 하는 병원에서는 회음부 절개를 선제적으로 시행합니다. 아기가 머리가 나오는걸 보면서 아무래도 절개하는편이 낫겠다 싶어서 판단하고 기다렸다가 절개를 하는게 아니라 분만절차 중 하나로 일다 절개합니다. 그런데 자연주의 출산 방식에서는 밀어내기를 하면서 최대한 지켜보고, 마지막 선택으로 산모에게 회음부 절개를 권유하고 동의를 받아 시행하게 됩니다. (물론 자연주의 출산 병원에 따라서 또는 의료진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는 있음)
회음부 절개를 하면 아기가 나오는 질 입구가 넓어지다보니 산모에게 좀더 적극적인 밀어내기를 하도록 하고, 아기 엉덩이가 있는 부분의 산모 배를 위에서 밀고, 더더더 밀어내라는 구호와 함께 아기 머리가 나오게 됩니다.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진통이 올때 아기를 밀어내도록 유도하는건 자연분만과 같지만 좀더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밀어내도록 하고 진통이 없을때 충분히 편하게 쉬고 같이 기다려줍니다. ‘기다린다’가 ‘길어진다’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아요. 산모가 그만큼 여유를 갖고 밀어내기를 잘 할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아기에게 최소한의 스트레스만 주도록 하는 거에요.
만약 산모가 아기를 밀어내는 만큼 아기가 잘 내려오지 않는 다고 생각되면 이럴땐 밀어내기를 중단하고 진통을 그냥 보내고 조금이라도 산모가 쉴수 있도록 여유를 줍니다. 사이드 라잉 릴리즈를 해서 골반이완을 돕고 아기가 더 잘 내려오도록 운동을 시키기도 하구요. 그런 다음 다시 밀어내기를 할때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아기가 잘 내려옵니다. 이게 자연주의 출산과 자연분만 방식의 가장 큰 차이죠.
자연분만으로 첫째를 낳은 지영씨는 진통은 할만했는데 밀어내기 하는게 너무 힘들었다고 기억합니다. 지영씨는 두번때 출산을 자연주의 방식으로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지인이 자연주의 출산으로 낳았던 경험을 들려주면서 밀어내기는 빨리 지나갔고 힘들지 않았다고 말해줬기 때문이에요. 이 글을 보시고 지금까지 회음부 절개에 대해 오해를 푸시기 바라며. 밀어내기가 힘들었던 분들 또는 출산을 기다리는 산모님들 어떤 선택을 하고 병원에 어떤 요구를 하실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이 글은 무조건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아야 된다 또는 해야된다는 걸 주장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자연분만이든 자연주의 출산방식이든간에 필요에 따라 회음부 절개를 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조차 절개를 하게 될수 있으니 이런 부분에서 병원과 조율하시고, 임신막달에 회음부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인 회음부 마사지도 잘 하고 순산운동도 하시면 좋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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