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초기부터 임신막달까지 태아 두뇌발달과 태동, 태담시기

우리는 여러 매체에서 곧잘 “두뇌 발달”이란 말을 자주 접합니다. ‘두뇌 발달’이라고 하면 흔히 ‘지능 발달’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큰데요. ‘지능'(인지 능력)은 우리 두뇌의 극히 일부 기능에 불과함에도, 대체로 맥락 없이 막연하게 ‘두뇌 발달’이라는 표현으로 뜬구름을 잡다보니 은연중에 ‘지능 발달’로 간주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임신했을 때 전문가들이 말하는 ‘(태아) 두뇌 발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고, 갓 태어난 아기를 키울 때와 유치원 다니는 아이를 키울 때 전문가들이 말하는 두뇌 발달의 본뜻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번 글에선 일단 임신했을 때 전문가들이 말하는 두뇌 발달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임신 초기, 태아 두뇌의 원형이 생겨나는 과정

자궁의 위쪽 옆에 달려 있는 나팔관에서 난자가 정자를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면, 세포 분열을 하면서 자궁으로 이동하고, 보통 일주일 안에 자궁 벽에 자리를 잡는 착상이 이루어집니다. 나팔관에서 수정된 난자는 ‘접합체’라 부르고, 세포 분열을 하며 자궁에 들어왔을 땐 ‘배반포’, 배반포가 자궁 벽에 착상을 하면 ‘포배기 배아’라고 하는데요. 포배기 배아 두꺼운 부분의 내부 세포는 배아로 발달하고, 외부 세포는 자궁 벽으로 파고들어 태반으로 발달합니다.

그렇게 해서 임신 10일차쯤엔 착상이 완료되고, 양막도 형성되어 양막 안엔 엄마의 체액으로 이루어진 양수가 채워집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배아 세포는 인체를 구성하는 여러 기관들로 변하는데요. 내장 기관, 근골격 기간, 피부 조직 등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때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로 발달하게 될 ‘신경판’도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이런 작업이 대략 임신 첫 달에 일어나구요. 임신 두 달째 접어들면 이제 머리 부분에서 눈, 코, 입이 생기면서 얼굴 모양을 갖추게 되는데요. 임신 5주쯤에 신경판이 안쪽으로 접혀 ‘신경관’을 형성하고, 이 관은 뇌와 척수를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5주가 지나면 신경관은 닫히고 뇌는 “전뇌·중뇌·후뇌”라는 세 가지 기본 영역으로 분화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대략 두 달동안 배아기 과정을 거친 다음엔 ‘태아’라 불리며 좀더 정교한 성장 및 발달 과정에 들어갑니다.

2. 태아 두뇌의 폭풍 성장기

임신 3개월차(9~12주)에 태아의 뇌는 급속한 성장과 추가 분화를 겪는데요. 전뇌는 “종뇌와 간뇌”라는 두 가지 주요 구성 요소로 나뉘고, 중뇌와 후뇌도 계속 발달합니다. 여기서 ‘종뇌’는 나중에 대뇌 반구로 발전하구요. ‘간뇌’는 시상 및 시상하부와 같은 구조를 발생시킵니다.

네, 뱃속 아기의 뇌는 아직 엄마와 교감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구요. 구조적 측면에서 아주 기초적인 모양을 갖춰 나가기에 바쁜 상황입니다. 마침 이 시기에 엄마는 입덧을 하느라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힘들어 하고 있을텐데요. 엄마가 입덧 하느라 음식을 잘 못 먹더라도 자두 만한 크기의 뱃속 아기에게 필요한 영양은 충분히 공급되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임신 13~16주: 이 기간엔 태아의 대뇌 반구가 더 두드러지게 되는데요. 뇌의 뉴런은 특정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하고, 대뇌 피질의 여러 층을 형성합니다. 그렇게 뇌의 구조가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뇌 표면에 주요 고랑과 이랑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즉, 그동안 매끌매끌했던 태아의 뇌에 미약하게나마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는 거죠.

임신 17~20주: 이 기간 동안 태아의 뇌에선 더 많은 성장과 성숙이 일어납니다. 대뇌 피질은 계속 발달하고 뉴런의 수는 크게 증가하죠. 태아의 뇌 표면은 추가적인 고랑과 이랑이 형성되면서 더욱 복잡해지구요. 신경 연결을 위한 표면적을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운동 제어 및 조정을 담당하는 소뇌도 크게 성장합니다. 그 덕분에 이때부터 태동이 본격적으로 활발하게 느껴지는 거죠.

3. 임신 중기, 태담이 시작될 때

임신 21-24주: 이 단계에서 태아의 대뇌 피질은 계속 확장되고 뇌의 회선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태아의 뇌에서 뉴런들 사이의 연결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다양한 뇌 영역이 기능을 전달하고 조정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때부터 태아의 뇌는 외부 자극에 대해 기본적인 감각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마침 이 시기에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해요. 엄마 아빠가 태담을 해주면 그 다정한 목소리에 뱃속 아기는 반응을 보이곤 하는데요. 태동으로 화답하면 엄마 아빠 입장에선 그 감격을 잊을 수 없게 되죠!

임신 25-28주: 이 기간 동안 태아의 뇌 구조는 계속 성숙합니다. 대뇌 피질은 뚜렷한 층을 형성하고 신경 섬유 주변의 미엘린(수초) 형성이 가속화되는데요. 수초화는 신경 신호의 효율적인 전달에 중요합니다. 쉽게 말하면, 뉴런과 뉴런 사이에 아우토반 같은 고속도로가 놓이는 셈이고, 이 고속도로를 ‘미엘린'(수초)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이제 뱃속의 아기는 꿀잠을 자다가 REM(빠른 안구 운동) 수면을 하기 시작하구요. 그밖에 태아 뇌에서 복잡한 신경 활동이 일어나기 시작해요.

4. 임신 후기, 태아 뇌 발달의 성숙기

임신 29-32주: 임신 후기에는 태아의 뇌가 더욱 성장하고 정교해집니다. 대뇌 피질은 깊은 홈과 회선을 발달시켜 표면적을 증가시키구요. 학습, 기억 및 감정에 관여하는 해마 및 편도체를 포함한 뇌의 구조는 계속해서 성숙합니다.

임신 33-36주: 이 기간 동안 태아의 뇌 발달은 신경 연결을 개선하고 수초화를 더욱 증가시키는 데 중점을 둡니다. 태아의 뇌는 출생 후에 독립적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임신 37주 이후: 만삭이 되면 태아의 뇌에서 대부분의 주요 구조가 발달하지만, 출생 후에도 계속해서 성장과 정제 과정을 겪습니다. 출생 후엔 다양한 외부 자극들을 많이 받게 되는데요. 그런 경험을 통해 외부 자극과 환경과 상호 작용을 하며 아기의 뇌 신경 연결은 더욱 발달하고, 인지·감각·운동 기능이 더욱 고도화되는 과정을 겪습니다.

아기에게 최소 임신39주가 가장 좋은 이유

그리고 이러한 발달 이정표는 근사치이며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상 살펴본 내용을 정리하자면, 임신 중 태아의 두뇌 발달은 주로 구조적인 측면의 성장과 발달 비중이 상당히 크구요. 기능적인 측면의 뇌 발달은 대체로 출생 이후에 이루어진다는 사실 역시 매우 중요한데요. 흔히 “임신 중에 ㅇㅇ을 하면 아기 머리가 좋아진다”거나 “ㅁㅁ을 먹으면 태아 두뇌 발달에 좋다”는 주장을 접하곤 하는데, 어차피 태아의 두뇌는 구조적 측면에서 발달과 성장이 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식으로 ‘지능이 좋아진다’는 의미가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글을 통해 뱃속의 아기 두뇌 발달 과정에 대해 대략적으로나마 이해하는 시간이 됐길 바라구요.
다음 칼럼에서는 생후 아기 1년 발달에 대해 포스팅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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