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출산한 어느 산모는 진통 중 내내 비닐봉투를 들고 다녀야 했다. 나는 산모가 토하면 침을 닦아주고, 물과 초콜렛 한 조각을 번갈아가며 먹였다. 자꾸 토가 나오니 못먹겠다고 거부했지만 아기에게는 당이 필요없다. 아기가 너무 힘들어하면 자연주의 출산은 결국 포기해야 하기에 최대한 산모를 설득하고 달래서 출산을 진행했다.
37주 5일인데요. 가진통이 있으면서 속이 매스꺼운건 어떤 징후인가요? 먹고나면 토할 것 같아요. 이슬도 비치고 냉이 나오기도 해요.
산모들은 이전에 없던 처음 겪는 증상에 대해 두려움이 많다. 가진통이 길면 아기가 위험한건 아닌지, 양수가 파수되면 윤할제가 없어서(양수는 윤활제가 아니다) 아기가 잘 못 나오는건 아닌지, 가진통 이후 생리초기와 같은 피가 나오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답변하기가 힘들어서 출산교실을 계속 열고 있다. 2시간만 듣고 나면 궁금했던 것들이 한 번에 해결되고 마음이 안정된다.
자연분만이나 자연주의 출산에 상관없이 되도록 많은 산모들이 출산공부를 하고 준비 할 수 있어야 한다. 출산은 질병이 아니며 산모 몸에서 일어나는 일인만큼 알면 알수록 힘이 되고 덜 불안하기 때문이다. 임신 막달 또는 진통이 생기면 달라지는 것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호르몬의 변화로 실제로 토하는 산모도 있고 토할듯 안토하기도 하고, 토는 커녕 출산하기 2~3시간전까지도 밥을 잘 먹기도 한다.
진통이 시작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 몸의 감각이 예민해진다.
- 이슬이 여러번 나온다.
- 터치가 싫다.
- 똑바로 누워있기가 힘들다.
- 자꾸 긴장이 된다.
- 배와 동시에 허리가 아프다.
- (진진통으로 넘어갔을때)다리에 경련이 일어난다.
- 밑이 빠질것 같다.(변 마려운 느낌)
- 생리초기처럼 피가 나온다.
- 진통과 진통 사이 깜빡깜빡 졸게된다.
- 구토 증상이 있다.
- 화장실에 자주 간다
- 양수가 아닌 물이 나오기도 한다.
- 언제 병원에 가야할지 아이가 언제 태어날지 불안하고 두렵다.
- 아기 낳기 직전은 회음부 주변이 화끈거린다.
- 진통이 진행되다가 몇 시간씩 사라지기도 하고 이런 날들이 연속되기도 한다.
위에 적어놓은 내용은 산모에 따라 나타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증상도 있고 공통적인 것들도 있다. 특히 이슬이 여러번 나오거나 생리초기처럼 피가 나오는 것, 화장실에 자주 가거나 밑이 빠질것 처럼 변의가 느껴지는 것은 공통된 증상이다. 가진통이 없으면 진진통이 언제 오는지 궁금하고 가진통이 없으면 왜 가진통도 없는걸까 이러다 유도분만이라도 하게 되는건 아닐까 걱정하는건 다 똑같다.
자궁경부가 초산의 경우 1cm, 경산의 경우 2cm가 열린채로 10일 넘게 지속되기도 한다. 3~4cm까지가 가진통이고 그 이후가 진진통으로 넘어간다고 보지만 빠르게 진행된다면 가진통 진진통의 구분도 크게 의미가 없을수 있다. 조산기로 36주까지 입원해 있던 산모도 퇴원하면 바로 낳을것 같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운동하고 이완하며 아기를 기다려야 하는건 똑같다.
진통이 시작되면 산모의 몸과 마음은 예민해지고 긴장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출산동반자(남편, 가족 또는 둘라)의 터치마사지와 적극적인 정서적 지지다. 남편들은 사랑하는 아내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론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잘 알지 못하기에 혼자 불안한 마음에 입까지 꾹 다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산모가 불안해 할때마다 토닥토닥 해주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 호흡을 놓칠때마다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뒤로하고 조용히 함께 호흡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출산이 진행되면 나타나는 몸의 다양한 변화는 모든게 다 호르몬 탓이다. 출산이 질병이라면 국소부위만 다루면 될텐데 출산은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호르몬 작용이다보니 의료진도 컨트롤하기가 힘들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만히 지켜보며 산모가 진통을 잘 겪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다. 마음이 안정되면 몸의 변화도 수월하게 받아들이므로 남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내에게 진통이 왔을때 남편이 해야할일에 대해 이어서 알아보자.